역대급 폭염, 서울 중구의 '온열질환자 0명' 비법은?
예년보다 5일 앞당겨 폭염대책 조기 가동
김정희 기자
wjdfnfl0811@naver.com | 2025-09-15 09:10:23
[뉴스시대=김정희 기자] 기록적인 폭염이 물러나면서, 2년 연속 온열질환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은 서울 중구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1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서울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 중 중구 거주민은 ‘0명’으로 집계됐다.
올여름 폭염은 극심했다. 지난 7월 8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7.8도를 기록하며 1907년 기상관측 이래 7월 초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7월 30일 전후로는 38도까지 치솟으며 관측 이래 4번째로 높은 기록을 세웠다.
발 빠른 폭염대책, 5일 앞당겨 가동
이런 역대급 무더위가 일찌감치 예고됐던 가운데, 중구는 폭염으로부터 구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여름철 폭염대책을 조기 가동했다. 예년보다 5일 앞당겨, 5월 15일부터 시행한 것.
주민 체감형 폭염 저감 시설 확대
먼저, 구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7월과 8월, 두 달 동안 무료 생수냉장고를 운영했다. 주민 이용이 많은 △쪽방주민 공동작업장 △청구역 쉼터 △황학쌈지공원 △황학동주민센터 △손기정체육공원(e러닝센터) △다산어린이공원 등 6곳에 설치해, 냉장고마다 1일 200병씩 3회 생수를 공급했다. 두 달간 제공된 생수는 14만 병을 넘어섰다.
올해부터는 자판기 형태로 운영해, 15초에 한 병씩 자동 배출되도록 했다. 일부 이용자가 여러 병을 가져가는 행태를 방지하고, 더 많은 주민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주민으로 구성된 자율방재단이 수시로 현장을 점검하며 관리를 도왔다.
무더위쉼터 문도 활짝 열었다. 주민들이 쉽게 방문할 수 있는 경로당(31개소), 복지관(4개소), 도서관(7개소), 공공청사(17개소), 문화체육시설(10개소), 기타 시설(2개소) 등 총 71개소를 무더위쉼터로 지정했다. 특히, 동주민센터와 구청사는 물론, 복지관과 도서관, 체육센터 등 중구 곳곳의 무더위쉼터를 주말과 공휴일도 운영해 주민들이 언제든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안전숙소도 관내 숙박업소 4곳과 협약해 지원했다.
또한, 스마트 그늘막을 포함해 그늘막 5개소와 경로당 12개소 옥상에 건물 온도를 낮춰주는 쿨루프를 설치하고, 신당동마을마당과 다산동 새싹마을마당에는 쿨링포그를 새롭게 설치했다.
지난 8월에는 ‘스마트서울맵’에 '무더위에도 안전한 중구' 테마지도를 구축해 폭염에 구민들이 가까운 안전시설을 신속하게 찾아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왔다.
골목마다 살수차도 출동했다. 주민이 원하는 곳으로 ‘찾아가는 살수차’를 운영하며 골목길의 열기를 식혔다. 폭염특보가 발효되면 평일뿐만 아니라 주말·휴일에도 하루 2~3회 살수 작업을 이어갔다.
폭염 취약 주민 촘촘한 돌봄망 가동
구는 주민들의 안전을 돌보는 안부 확인에 총력을 기울였다.
폭염특보가 발령되면 독거 어르신이나 만성질환자 등 취약계층 300여 명과 직원을 1대1로 매칭해 안부를 확인하는 시스템은 중구만의 특징이다.
또한, 방문간호사가 집중 관리가 필요한 가정을 방문해 건강을 확인했고, 필요시 긴급복지나 돌봄SOS 등 맞춤형 서비스를 연계했다.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활용한 안부 확인 서비스도 병행해 폭염취약 주민 보호에 힘썼다.
서울역 인근 쪽방촌을 매일 2회씩 순찰하며 주민 안부와 냉방 상태 등을 확인하는 것도 폭염 속 주민 안전을 챙긴 중구의 노력이다.
민관협력으로 든든한 지원
중구는 관내에 기업체가 많은 장점도 적극 활용했다.
사회 공헌 사업에 적극적인 관내 기업과 연계해 취약 가구에 선풍기 704대와 여름 침구류 등을 지원하고, 800가구에 전기료를 지원했다. 여름건강 보양식 꾸러미와 푸드뱅크마켓센터 식료품, 임대입주자 선물꾸러미 등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 같은 다각적인 노력으로 중구는 거주민 온열질환자 ‘제로’를 지켜냈다. 지난 6월,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2025년 재난관리평가’에서 재난관리 우수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한 중구가 또 다른 모범사례를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다.
구 관계자는 “온열질환자가 한 분도 발생하지 않아 정말 다행”이라며“해마다 강력해지는 폭염과 각종 기후재난으로부터 구민 안전을 지키는 데 더욱 치밀하게 대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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