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공예박물관, 400년 된 은행나무 앞 '들어가도 됩니다'… 설치작품 선보여

은행나무 주변, 권신애 작가의 '잔디밭에 들어가지 마세요', 금지의 공간 안으로 ‘초대’하는 작품

김정희 기자

wjdfnfl0811@naver.com | 2025-09-19 14:00:32

▲ '고리의 궤도(Orbit)' 전시 포스터
[뉴스시대=김정희 기자] 서울공예박물관은 선선한 가을을 맞아 박물관 야외와 쇼윈도 공간을 활용해 젊은 공예작가들의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서울공예박물관의 공모 전시 ‘시민소통 공예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박물관 외부 공간을 활용해, 시민들이 산책하다가 작품을 ‘우연히’ 마주하며 감상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서울공예박물관의 ‘시민소통 공예프로그램’은 39세 이하의 젊은 공예작가를 대상으로 박물관 내외부 공간에 전시할 작품을 공모하는 사업이다.

먼저 9월 2일부터 10월 19일까지 박물관 바깥마당에서 방효빈 작가의 대형 설치작품 '고리의 궤도'를 선보인다. 19cm의 작은 고리에서 출발해 480개의 스테인리스 고리가 연결·확장되며 거대한 궤도를 형성하는 작품으로, 인간관계 속 긴장과 조화를 시각화했다. 관람객이 작품에 직접 앉고 가까이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점이 눈길을 끈다.

방효빈은 신당창작아케이드(2023)와 윤현상재 Creator’s Mixer(2025) 레지던시를 거치며 재료의 촉감과 서사를 잇는 작업을 이어왔다. 이번 작품은 작가가 서울공예박물관의 바깥마당을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연결과 확장의 개념을 담은 대규모 설치 작품을 새롭게 제작하여 더욱 의미가 크다.

이어 9월 30일부터 11월 16일까지는 박물관 내 400여 년 된 은행나무 주변에 권신애 작가의 '잔디밭에 들어가지 마세요'가 전시된다. ‘출입금지’ 팻말이 붙은 잔디밭을 체험의 공간으로 바꿔, 관람객을 금지의 공간 안으로 ‘초대’하는 작품이다. 경계와 금지의 언어를 뒤집어 함께 머무는 공간의 의미를 새롭게 묻는다.

권신애는 다양한 그룹전과 아트페어에서 공예와 설치의 경계를 실험했고, 레지던시를 거치며 재료 기반의 조형 언어를 확장해왔다. 색과 촉감, 생물적 형상을 통해 감각의 층위를 탐구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9월 17일부터 10월 12일까지는 전시3동 1층 쇼윈도 갤러리에서 신우철·이소명의 공동기획전시 '우리는 수면 아래로, 새들의 궤적으로, 다리 너머로 이어져있다'가 열린다. 두 작가는 서울문화재단 신당창작아케이드 입주작가로 활동중이다. 나무와 3d 프린팅을 활용한 가구 및 설치작업을 통해 자연과 인위의 연결을 드러내며, 도시 속 사유의 순간을 표현한다.

신우철은 아트퍼니처를 통해 감각적 경험의 가치를 탐구하며 가구와 오브제, 설치 작업을 넘나드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소명은 인간의 감정과 문화적 정체성에 주목해 ‘스팀밴딩’과 ‘3D 프린팅’을 결합한 아트퍼니처를 제작하며 유기적 형태와 원시적·유토피아적 분위기의 새로운 가구를 제안한다.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김수정 서울공예박물관장은 “이번 전시는 젊은 공예작가들이 박물관 실내가 아닌 외부 공간에 작품을 설치하여 박물관을 오가는 시민과 직접 소통하고자 한 시도”라며, “관람객이 공예작품에 직접 앉고, 만지고, 감각하며 일상에서 예술을 체험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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