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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미증유의 대홍수: 1925 을축년' 포스터 |
[뉴스시대=김정희 기자] 서울역사박물관은 올해의 서울반세기종합전으로 을축년 대홍수 발생 100년을 맞이해 '미증유未曾有의 대홍수: 1925 을축년'을 9월 26일부터 11월 16일까지 기획전시실(1층)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을축년 대홍수(乙丑年 大洪水)는 ‘20세기 한반도 최악의 홍수’로 불리는 재난으로, 1925년 7~9월 동안 총 네 차례에 걸쳐 일어났다. 특히 7월 9~11일과 15~19일 두 차례는 한강 연안에 비가 집중되어 경성과 그 일대가 피해를 입었다. 현재까지도 집중호우나 태풍으로 수해가 일어날 때마다 언급되는 역사적인 사건이다.
전시 제목인 '미증유未曾有의 대홍수'는 당시 을축년 대홍수에 대한 대표적인 수식어이다. 미증유(未曾有)란 ‘지금까지 한 번도 있어 본 적이 없다’는 뜻으로, 비가 예년보다 많이 오면 대개 홍수가 났던 한강 연안에서 이 때의 홍수를 특별하게 불렀다는 점은 그 규모와 영향력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을축년 대홍수에 관한 최신 연구성과인 2024년 서울기획연구 ‘을축년 대홍수, 그 후 100년 서울의 변화’를 반영했다.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을축년 대홍수의 원인과 피해, 구제 등 재난 당시에 일어난 일을, 2부에서는 을축년 대홍수가 도시 경성과 사람들의 삶에 미친 영향을, 3부에서는 현대의 한강 홍수 관리와 앞으로 도래할 기후 위기 시대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도입부에서 쏟아지는 폭우를 시각적·청각적으로 체험하고, 빗속을 지나면 1부 전시장에서 가옥이 홍숫물에 잠긴 광경을 구현하여 을축년 대홍수 당시 상황에 대해 관람객이 보다 감각적으로 접근하도록 했다.
1부 '20세기 한반도 최악의 홍수'는 을축년 대홍수라는 재난 자체에 초점을 맞춰, 한반도의 기후적 특성과 미흡했던 방재 대책으로 인해 발생한 홍수가 경성과 그 주변 지역에 끼친 막대한 피해를 당대 자료를 통해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또 일제의 식민 통치 아래 이재민 구제에서 드러난 민족 차별로 이중의 고통을 겪으면서도 서로 연대하며 어려움을 이겨낸 조선인들을 이야기한다.
자연 현상인 강우와 관련해 발생한 사건이기에 『기우제등록』(조선 후기,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소장) 등 조상들의 기후에 대한 관심, 을축년 대홍수 전후 한강 홍수 예보 방식 등 자료를 선보여 역사학과 기후학이 결합한 융합학문적인 전시로 구성했다. 특히 1924년부터 1976년까지 수위를 관측한 『구용산수위관측소』(1924, 서울특별시 기념물)의 원리와 대표적인 을축년 대홍수 관계 도서인『대정14년 조선의 홍수』(1926)에 실린 기상도를 디지털 맵핑 영상으로 제작하여 당시 상황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돕는다.
식민지 조선의 대표 도시인 경성과 일제 식민 통치 기관이 집중된 용산에 인적·물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끼친 만큼 발간물이 다수 출간됐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을축년 대홍수 직후 발간된 관계 자료의 실물을 한데 모아 전시했다.
2부 '도시를 바꾼 큰물'에서는 을축년 대홍수가 지나간 이후, 도시와 사람들에게 남은 영향을 조명한다. 을축년 대홍수는 단지 1925년 여름의 일시적 피해에 그치지 않고, 도시에서의 치수 시설에 대한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게 해 이후 도시계획에 큰 영향을 주었다. 또한 수해의 대명사로 남아 현대까지도 수해에 대한 경계를 강조할 때 소환되곤 하며, 고난을 전국적으로 함께 이겨낸 경험은 재난에 대한 사회적인 연대로까지 이어졌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경성 도시계획에 있어 홍수가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되어, 조선총독부와 경성부 사이에 도시계획에 대한 견해 차이가 발생하기도 한다. 총독부는 치수 공사가 성공적으로 끝날 것이라 믿고 영등포 등 한강을 건너 행정구역을 확장하고자 했으나, 경성부에서는 ‘고지도시론’을 내세우며 치수 부담이 적은 산지와 한강에서 먼 지역으로 확장하고자 했다. 이러한 도시계획 구상의 차이를 『경성도시계획조사서』, 『경성시가지계획평면도』등 도시계획과 관계된 유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을축년 대홍수 경험담을 담은 대표적인 수필집인 『명정40년: 무류실태기』와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발굴한 회고담을 담은 도서를 전시하고 전문(全文)을 웹페이지로 제작하여, QR코드를 스캔하면 경험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읽어볼 수 있다.
을축년 대홍수를 언급할 때 문화유산에 관련된 내용을 빼놓을 수 없다. 익히 잘 알려진 풍납토성의 가치 조명, 암사동 유적의 발견뿐 아니라 을축년 대홍수로 유실된 북한산 산영루와 망원정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또한 무형문화유산인 송파산대놀이를 연희하던 송파장의 이전, 홍수로 훼손되어 사라질 뻔한 독립문 등 흥미로운 이야기도 담았다.
3부 '다시, 홍수를 말하다'에서는 광복 이후 현대 서울과 치수 사업과의 관계를 살펴본다. 도시 서울의 건설은 수해로부터의 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서울이 가진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도 활용되어 시대별 변천에 따라 달라진 치수 사업을 돌아본다. 그리고 점차 한강에서의 홍수가 잊혀져갈 때쯤 기후 위기가 도래하여 새로운 치수 방법이 필요해졌는데, 관람객이 함께 홍수에 대한 대응 방법을 공유하게 하여 기후 위기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장을 마련했다.
1980년대 한강종합개발사업으로 범람의 위험이 사라진 여가공간으로 탈바꿈한 한강을 보여주는 『한강 서울지구 지형도』 는 이번에 최초로 공개되는 축척 1:5000의 고정밀 지도이다. 맞춤 제작한 장에 강의 흐름에 따라 16도엽을 배치하여 한강과 주변 지역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도록을 대신하여 전시되는 유물 중 하나인 『천령맹위: 경성부근수해사진화보』를 영인하고 전시 내용을 보강할 칼럼을 실은 기념 도서를 출간할 예정이다. 또 전시 개막에 맞춰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굿즈인 다회용 우비를 포함한 방수 파우치를 마련했으니 시민 관람객들의 많은 관심을 기대한다.
최병구 서울역사박물관장은 “을축년 대홍수를 통해 홍수의 심각성을 돌아보고 기후 위기 시대를 맞아 극한 호우로부터 안전한 미래 서울을 다 함께 고민하는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모두 무료로 관람 가능하며,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금요일은 오후 9시까지 연장). 월요일은 휴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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